불멍, 숲멍, 소리멍도 좋지만 바다멍이 최고! │ 김윤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불멍, 숲멍, 소리멍도 좋지만 바다멍이 최고! │ 김윤석 원장(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아마 지금이 인류가 탄생한 이래 가장 뇌가 지치는 시기라고 생각됩니다. 무한 경쟁, 극단적인 효율 추구, 파편화 및 기계화된 생활, 우리를 자극하는 각종 스마트폰 속 콘텐츠까지. 기다렸다가 사색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 만큼 편리해진 점도 있는데 우리 뇌 건강은 누가 챙겨줄까요?’피로사회’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바쁘게 사는 우리. 사람들은 일상에서 지친 뇌의 피로감을 줄이려고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간편하고 효과적인 방법이 있습니다.바로 ‘멍 때리다’ 입니다. 모닥불을 보며 생각에 잠기는 ‘불멍’, 울창한 숲을 바라보는 ‘숲멍’, 하얀 소음에 시간을 맡기는 ‘소리멍’ 등 여러 가지 멍 때리기 방법이 있습니다. 여러 가지 멍을 치는 방법 중에서도 가장 추천하고 싶은 것은 ‘바다 멍’입니다. 멍 때리기의 과학적 연구 결과

국내외에서도 ‘멍 때리기’ 효용성을 밝히기 위해 다양한 과학적인 연구가 이뤄졌습니다. 우리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가장 오래되고 많이 연구된 도구 중 하나는 ‘뇌파(Electroencephalogram)’입니다.
“과제와 무관하고 동적인 사고의 전기생리학적 특징”

2021년 발표한 버클리대학교(UC Berkeley) 심리 및 신경과학 교수인 로버트 나이트(R. Knight)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목적 없이 ‘멍’을 했을 때 전두엽에서 이완을 뜻하는 느린 파형의 일종인 알파파(alphawave)의 신호가 증가한 것을 발견했다고 합니다.쉽게 설명하면 검은 사각형으로 표시한 relax를 뜻하는 알파파가 멍때릴 때는 활성화돼 있고 생각할 때는 감소한 거죠.
전두엽은 집중, 실행, 통합 등 고등동물인 인간이 하는 복잡한 생각을 처리하는 대표적인 뇌 부위입니다. 이 연구 결과는 곧 ‘멍 때리기’라는 행위가 우리의 뇌를 쉬게 해준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멍 보기 출 보기 MRI(처문:’마음을 헤매는 꿈:기능적인 신경영상과 1인칭 콘텐츠 리포트로 이루어진 증거’)
2008년에는 미국 하버드대(Harvard University) 심리학과 랜디 엘 버크너(Randy L Buckner) 교수가 MRI 관련 연구를 종합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멍때리기와 관련된 18가지 논문을 분석하여 ‘멍때리기와 관련하여 활성화되는 뇌 부위’를 위와 같이 흰색으로 표기하였습니다.논문이 발표되기 전에는 멍할 때 뇌가 멈춰 있는 줄 알았는데 기능성 MRI를 찍어보니 활성화되는 부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멍 때리기가 뇌를 off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뇌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조정을 하고 있다고 추정할 수 있습니다. 바다의 멍에의 장점입니다

시작 반
먼저 바다를 보러 ‘출발’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우리의 뇌는 일상의 연속에서 벗어나 낯선 장소나 새로운 풍경으로 환기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모래알 한 톨바다라는 곳은 어떤 형식에도 구속되지 않는 곳입니다. 바다에 도착하면 우리가 마치 모래사장 속의 한 알의 모래알이 된 것처럼 거대한 자연 속 우리의 존재에 대해 겸허하게 돌아보게 됩니다. 다채로운 바다 풍경멀리서 보면 조용해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지루할 틈이 없는 것이 바다입니다. 시시각각 역동적으로 변화하는 파도와 끊임없이 날개를 퍼덕이는 갈매기 등 많은 볼거리를 제공합니다. 바다의 멍은 어떻게 때리지?마음이 편한 곳이라면 어디든장소에 구애받지 마세요. 파도치는 모래사장, 방파제 앞,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커피숍 등에 위치하세요. 너무 조용하지 않아도 돼요. 주변의 수다가 있어도 좋아요. 바다가 아니어도 좋아해변에 나가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시간이 없을 때는 수족관 안에서 헤엄치는 애완동물 물고기나 수조를 보면서 멍때리는 것도 추천합니다.정해지지 않은 흐름을 따라 자연스럽게 나부끼는 금붕어 지느러미를 응시하거나 작은 열대어의 빠른 움직임을 보는 것도 좋을 것입니다. 움직이는 몸통에 반사되는 비늘 색깔의 변화, 산소 공급 장치에서 빛을 내며 떠오르는 공기 방울 등을 보면서 잡념을 흘리면 머리가 가벼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휴대전화는 당분간 바이바이가능한 한 휴대전화는 꺼두세요. 시공간의 인위적인 연결로부터 우리의 뇌와 마음을 자유롭게 내버려두기 위해서는 휴대폰을 보지 않는 것이 필수입니다. 생각은 흘러가듯이떠오르는 생각을 잡지 마세요.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 두세요. 한 가지 생각에 잠기게 되면 철썩철썩 파도치는 파도, 떠다니는 배, 바닷가 소리 등에 집중하면서 생각의 고리를 잘라내세요. 썩 털어 버려라’멍 때리다’의 목표는 무엇을 채우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조금이라도 과열된 우리의 몸과 마음을 비우는 것이라고 생각해야 합니다. 그 시간만이라도 얽혀있던 우리의 마음이 풀린다면 그걸로 된 거예요.지금까지 바다를 여름 피서지로 놀기 위해서만 방문했다면, 이제 조금 틈을 내어 바다의 멍을 때리러 가보는 것은 어떨까요?그것이 바로 진정한 ‘방학’의 의미를 찾는 길이 아닐까요? 올 한 해는 우리 모두가 푸른 바다를 마음속에 품을 수 있는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김윤석 원장, 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이닥, 정신의학신문 등 다수 칼럼 집필│김윤석 원장, 서울맑은정신건강의학과의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하이닥, 정신의학신문 등 다수 칼럼 집필https://www.youtube.com/shorts/k0m4ZQK8a2g